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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GRE 본문
5일 간격으로 토플과 GRE를 모두 끝냈다! 5일이 얼마나 충분히 긴 시간이며, 내가 얼마나 안일했는지 통감하게 된다. 한 3일 전부터 마치 수능 때 느낀 감정을 느꼈는데, "지금 해봤자 뭘 하겠어" 하는 자포자기의 심정이었다. 공부는 해야 하는데 정말 하기 싫고, 공부를 안 하면 안 하는대로 스트레스는 더 받는 악순환의 고리가 어김없이 이어졌다. 한편으로는, 이렇게 스트레스 받는 내 자신과 알 수 없는 피부병도 다시 도지는 모습을 보며, "그래 인생 너무 스트레스 받을 거 뭐 있어. 그냥 재밌게 사는거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최대한 스트레스는 받지 않은 채, 넷플릭스를 즐기며 공부는 하는 둥 마는 둥 마지막 3일을 보냈다. (솔직히 내가 넷플릭스에 빠졌던 것에는 영화인줄로만 알았던 '퀸스 갬빗'이 시리즈물이었던 것도 한몫 했다!)
아무튼 시험 후기를 남겨야지.
시험장
마포 풀브라이트 시험장이었는데, 역에서도 매우 가깝고 시설도 일산 ibt 센터보다 훨씬 좋았다ㅋㅋㅋ 무려 비밀번호 설정이 가능한 사물함도 있고 정수기도 있다. 지하1층과 2층에 시험장이 마련되어 있는데 알고보니 ets에서 시험 신청할 때 층수도 선택할 수 있나보다.
토플을 볼 때는 10시 전까지 모두 입실한 뒤 일제히 시험을 시작했는데, GRE는 어느 정도 대기 후 도착한 순서대로 입실하면 바로 시험에 돌입하는 시스템이였다. 앉자마자 시험이 시작된다는 게 조금 당혹스럽기도 했고, 괜히 긴장이 덜 풀리는 느낌도 들었다.
Analytical Reasoning (Issue - Argue)
그동안 많은 후기들에 속아왔던 것(?)은 시험이 Verbal-Quant-Writing 순서가 아니라 Writing 이후에 Verbal과 Quant 섹션이라는 것이다! 대부분 writing에 대한 후기를 뒤에서 서술하길래 당연히 제일 마지막에 writing이 있는 줄 알았다가 시험 며칠 전에야 제대로 알게 되었다. 아무래도 writing이 제일 걱정되는 파트라서 첫번째로 본다는 것이 좀 부담스러웠는데 하필 또 제일 문제인 issue가 먼저 나온다는 사실히 굉장히 부담되었다.
근데 웃긴 건 이슈와 아규 모두 내가 제일 처음 준비했던 토픽들로만 나왔다. ㅋㅋㅋ 사회, 리더십, 정치에 관한 토픽은 브레인스토밍이 어려워서 시험에 이 주제들이 나오면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걱정이 무색하게 상대적으로 쉬운 주제들이 나와줬다. 브레인스토밍을 해본 주제여서 + 어렵지 않은 주제여서 시험장에서 브레인스토밍에 쓴 시간은 3분 남짓이었던 것 같다. 반가운 마음과 동시에 급한 마음에 얼른 브레인스토밍을 마치고 글을 써내려갔는데, 여기서 큰 실수를 하나 하게 된다.
첫째는, 이슈를 풀 때 instruction을 읽지 않았다. 이건 연습 부족이나 요령 부족 아니면 경험 부족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바디3 중반을 쓰고 있을 때에야 이 사실을 깨달았는데, 이미 시간상으로도 글을 수정하기에 애매했다. 마지막 문단까지 작성을 완료한 뒤에 바디3 끝에 한두 문장을 추가해서 바디3가 좀더 perspective of con 을 의미하게끔 했지만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이 끔찍한 사실을 깨닫고 아규에서는 instruction을 잘 읽으려고 했다.
둘째는, 실수라기엔 나의 고질적인 글쓰기 문제이지만, 논리의 방향을 어디로, 어디까지 뻗을지 단숨에 결정하지 못하고 갈팡질팡하여 시간을 소모했다. 이슈에서는 브레인스토밍이 부족했기 때문이고, 아규에서는 작문 실력의 문제였다고 생각한다.
이슈의 토픽이 굉장히 익숙하고 쉬운 토픽이었던 것은 맞지만 내 준비가 완벽하지 못했다. GRE 독학을 시작할 때 제일! 처음! 써본 토픽이었으나 그 때 글을 완성하지는 못했고, 지난 월요일에 작성한 브레인스토밍도 아주 완벽한 상태는 아니었다. 그래서 두번째 바디를 작성할 때 어느 방향으로 논리를 전개할지 난관에 부딪혔다. 세번째 바디와의 상관성 때문에 고민을 하게 됐는데, 내가 보기에 두번째와 세번째 바디가 접근방법에 따라 같은 결론에 다를 수도 있고, 결국 같은 얘기를 하는 문단이 될 수도 있었다. 이런 경우에 글쓰기를 잘 한다면, 같은 것으로 보일 수 있는 것도 다른 점을 강조하여 결국 두 개의 주제처럼 보이도록 쓰거나, 연관성 있는 두 가지가 하나의 결론에 다다르더라도 각각의 의미를 각 문단에 맞춰 쓸 수 있어야 한다. 빠른 시간 안에.
아규는 쓸 말이 너무 많은 데에 비해 내 결단력과 작문 실력이 부족했다는 점이 패인이었다. (패인까지는 아니고... 그래도 글은 잘 마무리 했으니까 말이다.) 할 말이 많으면 강단있게 써내려가야 하는데, 이것저것 재느라 말을 급히 줄여야 했다. 말을 줄인 데에는 영작 실력이 부족한 것도 한몫 했겠지. 그래도 어찌어찌 소가 뒷걸음질 치다 쥐 잡는 격으로 바디2에서 생략해야만 했던 말을 바디3에서 한 줄 정도 언급은 하게 됐다.
한 번도 30분 내에 에세이를 완성해보지 못했던 나로선 제대로 마무리도 못하고 시간이 끝나버리는 게 아닌가 많이 걱정을 했었다. 아, 마무리가 조금 빈약했던 것 같긴 하지만ㅋㅋㅋ 그래도 사람의 문장처럼 끝내긴 했으니 마무리는 했다고 치자. 친구가 "닥치면 다 쓰게 된다" 라고 하는 말을 믿지 못했는데, 어느 정도 맞는 말인가보다. 닥치니까 쓰라는 만큼 다 쓰긴 쓴다.
Quant
나는 QVQVQ 세트를 풀게 됐다. 처음 마주하는 게 퀀트여서 속으론 망했다 싶었다. 퀀트가 싫어서라기 보단 버벌을 못하니까 버벌을 더 많이 풀고 싶었다. 3개 나와봤자 어차피 하나는 더미 세트니까 점수에 포함되지 않을 걸 알면서도, 괜히 버벌이 3세트이면 기회가 하나 더 생기는 것 같아서 말이다.
처음 문제를 딱 푸는데, 긴장이 되어서 쉬운 문제임에도 괜히 불안하고 확신이 없었다. 첫번째 섹션의 체감 난이도는 GRE official보다 쪼~금 더 어려운 정도? 하지만 찍은 문제도 없었고 다 제시간에 풀어서 대충 검토도 했다. 그런데 두번째 섹션은 꽤나 어려워서 당황했던 것 같다. 잘 모르겠어서 마크해놨다가 다 푼 뒤에 돌아와서 푸는데 어차피 잘 모르겠는데다 시간 안에 풀지도 못할 것 같아서 몇 문제는 요령껏 찍었다. 다른 후기 글에서 한 섹션이 너무 어렵길래 더미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글을 본 적이 있어서 이 글이 사실이라면 아마 두번째 섹션이 더미였지 않나 싶다. 세번째는 첫번째와 두번째 섹션의 중간 정도 되는 난이도였던 것 같다. 한 문제 정도 찍었으려나?
아, 모르는 영어 수학용어들이 한두개 있었는데 감으로 풀었다...ㅎㅎ
시험 종료 후 165점을 확인했다. 애초에 점수에 대한 아무런 예측이나 기대가 없었기 때문에 꽤나 높은 점수라고 생각해서 놀랐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럴 듯한 점수인 것도 같다. 첫번째, 세번째 섹션 기준으로 각 섹션마다 최대 3개...? 정도 틀리지 않았을까 싶다.
Verbal
조져버린 버벌...
개인적으로 첫번째 섹션의 난이도가 너무 어려웠다. 일단 TC/SE 는 문제는 이해했지만 보기에 모르는 단어가 너무 많았고, 특히 복수답을 고르는 문제는 1-2개는 알겠는데 나머지를 몰라 감으로 찍어야 하는 문제들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리딩 지문은 문제를 풀면서 GRE official 책을 풀면서 느꼈던 감정을 조금 느꼈는데, 지문은 이해했는데 문제는 못 풀겠다. 이 말은 지문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말인가? ㅎㅎ
전날밤 시간을 재면서 버벌을 풀어봤는데, 확실히 시간 압박 속에서 리딩을 읽다보니 전체적인 토픽과 문맥은 이해하지만 클리어 하지 않다는 기분이 들었다. 다만 어제는 문제를 잘 맞췄지만 오늘은 문제를 잘 풀기에는 무리수였나보다.
아리송했던 첫번째 섹션과 달리 두번째 섹션은 너무 쉬워서 첫번째 섹션을 시원하게 망쳤다는 것을 직감했다.
가뿐하게 치룬 토플로 인한 자만, 그리고 점수가 140-170인데 못해도 중반인 155는 나오겠지 하는 오만한 생각이 처참히 무너졌다. 내가 이렇게 영어를 못하던가. 너무 아쉽고 분하다. 마음 같아서는 한 번 더 보고 싶고, 제대로 준비하고 싶은데 지금은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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